송정-신기-구절리가기

2002 4WD 2006. 4. 21. 12:48

송정-신기-구절리가기

(2002.7.30.화)













































발왕산 넘어 구절리로

구절역하면 정선과 폐광 그리고 진폐증 환자가 떠오르는 곳이다. 어쩌면 베스트셀러 <연탄길>에 나오는 중심 무대 일지도... 그 동안 405번 국도를 따라 정선을 서너차례가보았다. 인적이 비교적 드물고 흐르는 계곡이 많아 내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던 곳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진부에서 405번 국도를 따라 송정에서 시작하여 신기를 거쳐 구절리로 향하는 코스로 정해보았다. 아마도 지명 이름을 이렇게 부른 것은 구구절절 많은 애환이 설였기 때문이리라 상상해 본다. 구절리 오지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신기로 들어서는 송정을 찾기위해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 처음 송정으로 향한 차창밖 405번 국도를 바라보았다. 차를 세워 송정을 묻기 위해 가게에 들려보며 내가 어릴적 먹던 쫀득이, 미루꾸, 초코볼 등과 같은 과자들이 있는지도 살펴 본다. 이 곳에는 없었다. 도로변에 방문이 있어 겨울이면 정말 춥겠다. 이 곳을 지나 한 쉼터에 지나치려니 공업사 옆 구형 코란도가 인상적이다. 내 차도 십년이 흘러도 저 차처럼 정이 깃들여 질 것인지 궁금하다.

드디어 송정에서 신기로 들어가는 이정표 발견. 우회전하여 입구에 들어서니 버스 정류정이 이 곳이 신기임을 증명한다. 저 다리만 지나면 신기마을이다.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다리에서 바라본 견지낚시군이 한가롭다.

다리를 지나 처음 만난 집이다. 앞 마당에 핀 해바라기와 흰 코스모스가 아름답다.내가 좋아하는 뽕짝 "고향역"이 생각나는데...(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이쁜이, 꽃분이~ 모두 나와 반겨 주겠지~!) 개가 짖는다. 빨리 지나왔다.

구절리로 향하는 첫 관문 신기마을은 조용하면서도 길은 부드러웠다. 그래, 이 정도 길만 계속나와다오....

철 지붕으로 되어있는 안빈의 농가를 느끼며...

신기마을을 벗어나니 잔돌이 널려있는 오프로드가 시작되었다. 따뜻한 농심은 어디갔는지 이젠 외롭고 힘든 싸움이 시작되는 듯하여 마음이 무거워졌다.

발왕산 대광사오르는 길은 비교적 부드러운 길이었다. 정상의 이정표가 앞으로 8km내려가면 대광사란다. 정상에서는 무슨 공사인지 길을 넓히고 있다.

하산길, 차창밖 일송정이 인상깊다. 바로 옆은 천길 낭떨어지... 위험한 곳이다. 그러나 대체로 길은 평탄했다.

발왕산 정상 부근에서 내려 멀리 구절리 쪽을 바라보니 굽이굽이 구절인양 사방으로 펼쳐진 높은 산들의 물결이 끝간데 없이 이어져 시선을 끌었다.

산을 내려와 다 도착했다 생각했다. 그러나 오프로드는 더 좁아지고 숲이 내 차를 가렸다. 내 차에는 매우 치명적인데... 걱정은 계속되어 차 문에서 나와 삐져나온 나뭇가지를 손으로 헤치면서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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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리 가기가 이렇게 힘들줄이야. 산속을 헤매다 기진맥진. 이곳이 어디인지... 주차할 공간 발견! 일단 이 곳에서 놀다가기로 결정했다. 아직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이곳, 모든 것이 맑고 푸르다. 도회의 삶은 어리석다고 비아냥거리며 홀로 즐겼다. 30시간 전에 집에서 준비한 밥에 카레를 넣어 11시 30분 쯤 아점을 먹었다. 아이스통에 있던 밥은 온전했다. 처음에는 수영복만 입고 물에 들어가니 이게 웬 얼음물. 그래도 예서 멈출 수 없지. 준비한 다이버 슈트를 입고 들어가 물속을 들여다 보았다. 처음으로 책에서 보았던 천연기념물 "금강모치"를 보았다. 더불어 쉬리 그리고 못생긴 꾹저구가 심술궂게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청정구역이다. 이 곳까지 차가 들어올리 없지만 그러나 맞은 편에서 차라도 만나면 험한 좁은 길은 수백미터 후진해야하는데...

길은 어느덧 대광사에 이르렀지만, 대광사 입구는 삭막한 느낌이었다. 쇠사슬로 사람의 출입을 금하고 주변 잡초도 무성한 것을 보니 어리석은 중생을 위한 주지스님과 그 도생들의 업은 무엇인지...

대광사를 지나니 주차된 차들이 여러 계곡에서 보였다. 저마다 여러 지역에서 피서를 왔나보다. 심지어 트럭에 설치한 텐트가 눈길을 끌었다. 내려와서 보니 이 지역이 자개골 계곡이란다.

마지막 자개골 오프로드 경계지역이다. 포장길 위에 네 바퀴를 올려놓는 순간 구절에 얽힌 애환과 삶의 고난을 내 가슴에 안고 나왔다.

드디어 신기에서 구절리로 향하는 오프로드 완주!

여행후기

구절리, 한국사람이라면 삶의 애환을 공통적으로 느끼게 하는 지역이라고 말한다면 과장은 아닌 듯 싶다. 아마도 책과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 지명에 대한 인상이 그렇게 박혔나 보다. 그 만큼 나는 이 코스에 많은 애착을 갖고 시작했다. 다른 어떤 곳 보다도 이 외지에대한 경외심과 그 애환을 조금이나마 공유하며 내 각박한 삶의 여유를 불어넜고 싶었다.그러나 한편으로 살기 힘들다고 모두가 떠나는 척박한 이 곳에서 도회지의 삶을 한탄한다는 것이 배부른 투정은 아닐런지... 신기마을 입구의 다리를 건너면서 마을의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이곳 저곳에서 느껴지는 농가의 아늑함이 더욱 내가 이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했다. 좀 더 마을을 누비며 촬영하고 싶었지만 가가호호 지키는 개들과 바쁜 경운기소리에 그냥 지나쳐야만 했다. 이어지는 발왕산 정산 가는길은 대체로 부드러운 길이였다. 오히려 산 정상을 향한 오프로드보다 신기 마을이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러나 하산하여 대광사로 가는 길은 매우 좁고 잡초가 우거져 차에 흠집을 낼까 두려운 마음으로 매우 힘들 게 주행했다. 자개골 상류에서의 물놀이는 금강모치를 볼 수 있어 큰 수확이었다. 다행이 슈트를 준비했기에 말이다. 오랜만에 일급수에서 노니는 희귀한 민물고기를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 코스의 가치가 있었다. 이것 저것 신경쓰고 시간에 쫒기다보니 오랫동안 자연을 음미하지 못하고 나오려니 마음 속 한 구석이 허전했다. 오프로드완주 후 구절역을 꼭 들려보고 싶었으나 길은 어느 덧 구절역을 지나 대기리로 향하고 있었다. 보다 세심하고 과감한 후진으로 이어져야 했는데... 지금생각하니 후회스럽다. 구절역을 다시 가야하는 내 운명이 집으로 돌아온 지금 정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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