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개리에서 오대산가기

2002 4WD 2006. 4. 21. 12:49

명개리에서 오대산가기

(2002.7.29.월)





















































오대산 비로봉을 내려오며

태고의 원시림을 연상케 하는 울창한 숲이 거대한 터널을 이루는 오대산. 강원도의 설악산 다음으로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을 자동차로 넘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오대산 오프로드는 446번 지방도에 속하고 35km 정도의 잘 닦인 오프로드이다. 다음 날 성산(갈릉)에서 중화요리집에서 볶음 밥을 먹는데 주방장이야기가 자신이 오대산 토박이라며 지방 의회에서 오대산 오프로드길을 포장길로 공사하려고 했지만 오대산 사찰에서 반대하여 오프로드로 지금까지 남게 되었다나...국립공원인 까닭에 순탄한 길을 예상하며 출발했다.

국도 56번을 따라 서림에서 명개로 왔다. 56번 길을 길이 잘 포장되어있어 무척 수월했다. 명개리에서 오대산 매표소도착, 입장료 1300원으로 차와 함께 오대산에 들어오다니 이게 꿈은 아닐런지...

이런 평온한 길이 있다니... 오전의 매봉재 사투에 비하면 말이다. 이 길을 보라. 이 길이 오프로드란 말인가~! 눈을 내리깔고 땅을 보니 거의 포장길에 가깝다.

비로봉(1563m)을 향해 구룡령에 오르다 보니 멋진 곳이 있어 차를 돌려 내려가서 셔터를 눌렀다. 산아래 경치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고도 1300m 비로봉 정상은 평창군을 알리는 이정표와 함께 평지가 이어진다.

정상을 지나고 나면 느긋한 내리막이 계속된다. 아래로는 거대한 숲이 바다를 이루며 넘실거린다. 길은 변함없이 넓고 평탄해서 비포장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거침없이 내닫을 수 있다. 정상에서 7km쯤 내려오면 상원사가 있다. 상원사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데는 이곳에 있는 구리종이 큰 몫을 한단다. 국보 36호로 지정된 상원사 구리종은 에밀레종이라고 불리는 경주 봉덕사 구리종과 함께 우리 나라에 두 개밖에 없는 신라 때의 종인 이유로 말이다. 그런 구보로 지정된 종을 아무때나 쳐댈 리 없다는 생각에 보고라도 갈까했으나 상원사는 차로 들어갈 수 없으니 걸어 가야 하고 갈길 바쁜 나에게 매우 힘든 일이었다.

드디어 월정사를 지나 반대편 매표소에 도착. 오대산 35km 오프로드 코스 완주.

오대산 비로봉을 완주하며 매표소를 나오는 순간 길가에 남녀대학생이 손을 들어 도움을 청해 차를 새웠다. 그들은 경북대 간호학과 2학년과 기계공학과 1학년 선후배 사이고 지금은 무전여행중이며 8박 9일의 텐트생활을 마치고 주문진 해수욕장으로 연합서클 모임에 참여차 간다고 했다. 비상금만 남겨놓고 이렇게 차를 얻어 타며 가야한다나... 나는 진부까지 태워주었다. 나의 옛 모습을 모는 듯 하여 저녁 한끼를 대접하고 싶었지만 돈이 모자랐기에... 좀 아쉬웠다. 진부 바로 옆 월정식당에 들려 손칼국수를 주문했다. 아줌마는 밀까루를 손으로 밀어야 한다며 잠시만 기다리란다. 잠시후 방망이 미는 소리와 함께 밀까루 반죽은 엷게 밀리기 시작했다. 정성을 다한 칼국수 맛이다. 갖은 양념에 감자 그리고 푸짐한 양, 내가 먹고 있으려니 아줌마는 밥을 더 드시라며 권한다. 그러나 내 배는 풍만... 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해는 지고 밤기운이 어슴프레 드리워졌다. 잘 곳을 정하기위해 이곳 저곳을 헤매이다 45번 국도를 따라 마평의 한 공사장을 골라 차에서 하루밤을 묵었다. 도로 옆이었지만 차안은 방음이 잘 되었고 냇물가로 조금 열린 차 유리창 사이로 물흐르는 소리가 정겨웠다. 너무 피곤한 하루였다. 이른 아침, 수탉울음 소리에 눈을 떠 차창밖을 살피니 호미로 한 농부가 길가의 밭을 일구고 있었다. 주변 촬영 시작...

다.

여행후기

오대산을 가로지르는 오프로드는 큰 산이지만 깎아지른 낭떠러지나 기암절벽 같은 날카로고 강인한 인상은 없고 부드럽고 안온한 느낌을 주는 산이다. 또한 숲이 깊고 나무들이 커서 확트인 풍경을 좀체로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 드라이브하기에 최적의 코스로 생각된다. 특히 단풍의 가을이나 눈내린 겨울이라면... 오전 험준한 매봉리에 비하면 오후 오대산 코스는 휴양지와 같은 곳이다. 가족들과 함께 못한 아쉬움이... 완주후 만난 대학생들의 무전여행, 그들과 나눈 대화에서 지난 날 학창 서클생활이 내 뇌리를 스쳤다. 그땐 정말 정열 하나만 으로도 세상 끝까지 갈 수 있었고 사랑까지 있다면 사람사는 맛이 느껴질 때였다. 지금 그들은 가진 것 하나 없지만 젊은 그 하나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듯 당차게 느껴진다. 그들과의 아쉬운 헤어짐을 뒤로하고 들린 음식점은 내 기대를 저 버리지 않고 외지인에 대한 따뜻한 정다움을 느끼게 해 주어좋았다. 그러나 저녁 식사후 길이 어두워져 정선 쪽으로 내려가다 조용한 농가에서 하루를 묵기 위해 논길에 난 포장길 따라 들어갔지만 남의 집 마당일 줄이야. 후진해 겨우 힘들 게 (후진 잘 못하면 0.5미터 논뚜렁으로 추락) 나왔더니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농부가 나타나 내차를 기웃거린다. 이러다가 정선까지 가겠다 싶어 터널지나 옥수수밭 위로 올라가 비탈길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데 개 짖는 소리와 함께 비구니가 나와 후레쉬를 비추며 이 곳은 절이라며 나가란다. 잠자고 가겠다니 또 나가란다. 자비도 없지 저 비구니! 차량 통행에 방해도 않되는데... 그래 비탈길에서 불편한 포즈로 잠을 청하는니 내가 간다. 오히려 잘됐다 싶어 200미터를 도로를 따라 내려오니 공사장이 있어 들어섰다. 절 입구에 비하면 궁전이다. 일단 평지이고 물소리도 들리니.... 그러나 걱정했던 차소음은 의외로 작았다. 새벽 아침 단잠을 깨운 수탉소리도 정겨웠고 냇물소리, 부지런한 농부의 호미가는 소리 그리고 신선한 풀내음 이 모두가 대 자연의 서사시를 노래하는 듯. 최고의 선물을 신에게서 받은 양 기쁜 마음으로 일어나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보았다. 아침을 해 먹으려고 버너를 준비하고 보니 코펠을 집에 두고왔다.

그래 뭐 아침이냐! 그냥 이 닦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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